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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정애의 “씨줄(緯線)과 날줄(經線)로 행복을 엮어 담은 항아리”

<길 위에 서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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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용 기자
기사입력 2018-01-09 [13:03]

 

▲ 작가 이정애   © 더뉴스코리아

한국적인 미를 상징하는 원형의 가치를 조형적으로 구현하는 기법은 다양하지만 그 대상에 내재된 사상과 정신, 원리와 방법까지 종합적으로 조형화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중견의 경지에 이른 작가 이정애는 가장 한국적인 기억 속의 이미지, 즉 원형의 상징물(archtype)오방색(五方色)’바탕의 둥근 항아리에 매재(媒材)의 물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현대인들의 삶과 염원을 재구성한 작품을 구사하고 있다.

  오방색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따른 한국의 전통색상으로 황()()()()() 등 자연의 원리에 의해 풀어낸 다섯 가지의 순수하고 섞음이 없는 기본색을 말한다.

  작가 이정애는 이 같은오방색을 통하여 내부에 깊게 안착된 영원히 거부할 수 없는 우리 한민족의 정신적인 바탕이자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표현해 왔다. 불규칙적이고도 비정형적으로 바탕에 오방색을 펼쳐 놓은 후 금분이나 은분으로 전통적인 엮음 공예에서 보이는 패턴을 활용하여 마치 베틀을 돌리며 한 필의 베를 짜듯 간절한 염원으로 형상을 만들어 나갔다. 여기에다 화면색의 유기적인 혼합으로 리듬감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저절로 생동적인 에너지의 파동이 느껴지도록했다.

▲ 이정애의 <길 위에 서서(꿈)>“씨줄(緯線)과 날줄(經線)로 행복을 엮어 담은 항아리”     © 더뉴스코리아


  그녀의 작품에서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문양사이로 오방색프리즘 실루엣과의 만남은 구상과 반구상의 공존, 시공간의 상존, 현실과 이상의 교류가 조형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구성된 화면은 일정한 패턴의 형태로 나타나며 그 느낌은 시각적으로 역동성과 긴장감에 젖어들어 촘촘하게 중첩된 형상으로 인해 마치 화면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현상마저 불러일으킨다.

  특히 작가가 즐겨 표현하는 달항아리는 겉으로는 하나이면서도 실제로는 둘의 형상이다. 달항아리는 둘, 즉 음양 화합을 이룬 상징으로 일반 도자기와 달리 큰 기형(基形)으로 인해 달항아리를 통째로 구울 경우 그 과정에서 자칫 주저앉게 된다. 그래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위아래(上下)로 붙여 굽기 때문에 겉보기엔 하나지만 그 안엔 둘이 합쳐져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 이정애는 작업을 할 때 회화상으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항아리 내부 까지 꼼꼼 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 이정애의 <길 위에 서서(꿈)>“씨줄(緯線)과 날줄(經線)로 행복을 엮어 담은 항아리”     © 더뉴스코리아

 

  게다가 항아리 표면에 중첩된 선이 형성하는 분절된 표면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직조한 형상으로 독특한 입체감을 나타낸다.

  <길 위에 서서> 라는 그녀의 작품 타이틀은 마치 항아리를 통해 인생의 긴 여정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씨줄은 사랑이요, ‘날줄은 행복이라작가 이정애는 어쩌면 항아리 가득 사랑과 행복을 담아내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간절히 염원하면서 작업에 천착하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회화 영역을 자율적 사고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도자기의 형상을 그 공간 안으로 흡수시켜 사유와 표현의 위치에서 존재하는 경험적 공간으로 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물성의 개념을 물리적 시간의 개념으로 전환시켜 끊임없이 시각적인 표현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 이정애의 <길 위에 서서(꿈)>“씨줄(緯線)과 날줄(經線)로 행복을 엮어 담은 항아리”     © 더뉴스코리아

 

  독일의 예술심리학자인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 1904~2007)은 대상의 중첩(overlapping)효과에 대해 대상들은 부분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통합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사물의 물리적인 완전성(completeness)을 중요시하는 미술가들에게 환영받을 선택의 길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이 중첩으로 얻어진 긴밀한 결합은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데 상호 수정과 간섭을 통한 집단성을 만들며 새로운 공간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녀의 작품에 드러나는 화면은 어쩌면 시각적 중첩에 의해 미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이 일련의 작업들은 기()의 흐름이나 동세(動勢)와 같은 내면적인 실체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는 그 내면에 빛과 울림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의 본성으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도자기의 형상을 작품에 직관적으로 표상(表象)한 그녀의 예술적 영감(靈感)은 전통적 이미지에 현대적 기법을 조응(照應)시켜염원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인간의 소망을 비추어 미적 감각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리라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팀장 .미술학박사)

▲ 이정애의 <길 위에 서서(꿈)>“씨줄(緯線)과 날줄(經線)로 행복을 엮어 담은 항아리”     © 더뉴스코리아

 

▲ 이정애의 <길 위에 서서(꿈)>“씨줄(緯線)과 날줄(經線)로 행복을 엮어 담은 항아리”     © 더뉴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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